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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창업온라인 매니저
박성동의 창경 #17/17. CEO의 몸가짐

박성동 대표


- CEO의 역할은 성장단계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창업한지 얼마 안되는 CEO와 10년차 상장기업의 CEO가 해야 하는 역할은 어떻게 다를까? 창업단계에서의 CEO는 팔방미인이어야 한다. 최소량의 법칙에 따라 회사라는 그릇이 담을 수 있는 크기가 결정되듯이 자기가 하는 사업에 필요한 기술과 마케팅, 회사의 경영, 시장에 대한 직관, 우수인력의 채용, 자금유치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것들을 잘 해야 한다. 하지만 창업단계에서 특히 기술기반 창업기업의 경우, CEO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은 기술적 역량이다. 성장단계에서는 시장에 침투가 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도약단계에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들고 나가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안정단계에 들어가면서 회사는 시스템에 의해 운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단계별로 회사에 요구되는 CEO의 역할에 따라 스스로를 변화시키든지 아니면 그에 걸 맞는 CEO를 영입하고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 부 티도, 빈 티도 내지 마라.


- 시기 당할 수도, 무시당할 수도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을 처음 대하는 경우, 대부분은 그 사람의 인상착의나 말투를 보고 상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선입견이라 할 수도 있다.


어떤 CEO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 자기 자랑을 늘어놓으며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양 자랑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상대의 반응은 시큰둥하기 마련이다. ‘그래, 그렇게 잘 났으면 날 왜 찾아와?’


다른 어떤 CEO들은 자신의 힘든 과거를 얘기하면서 도와 달라고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이 사람이 나중에 돈 빌려 달라고 할까 봐 다시 만나기를 기피한다.


물론 상대에 따라 수위조절과 방향을 정해야 하기는 하겠지만 개인의 입장이나 상황은 그들에게 ‘None of my business. Who cares?”이다.


성공한 사업가를 만날 때, 상대는 그 사람을 시기할 수도 있다. 부자를 만나면 이유 없이 생기는 반감과 비슷하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게 남 잘되는 꼴을 못 본다는 의미 아닐까.


우리 회사의 협력회사 중 한 회사의 CEO가 명함에 ‘CEO’ 대신에 ‘과장’이라는 직함을 적어서 다니는 걸 본적이 있다. 젊은 나이에 일을 받으러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실무자이거나 부서장이기 때문에 상대가 ‘대표’라 부르기 보다 친근한 직급으로 호칭해 달라는 의도였다. 충분히 그 심정을 이해한다. 요즘이야 그럴 분위기는 아니지만 일을 얻으러 다니는 작은 규모회사의 CEO가 외제 승용차를 타고 고객사를 방문하고, 명품시계나 가방을 들고 나타나면 마치 ‘내가 준 돈으로 이렇게 호사를 부리는구나’라는 불필요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


- CEO는 부담이 큰 역할이지만 할 수 있는 것도 너무 많다.


CEO 치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 짓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한두 번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거다. CEO가 지는 짐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CEO가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다. 법에 위반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회사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도덕적 범주를 벗어 나지 않는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창업 후 제일 먼저 한 것이 직원들에 대한 5억원짜리 생명보험을 들어 준 것이다. 예전에 카이스트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함께 일하던 동료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일 때문이었다. 당시 학교는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추렴해서 아쉬움을 전하기는 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최소한 회사에 재직하는 기간 동안, 회사를 위해 일하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남은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또한 회사가 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CEO들은 이렇게 말한다. ‘회사가 잘되면 뭘 못해 주겠냐’고. 그래 그건 선택의 문제다. 하지만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으면서 회사의 구성원들이 그들이 받는 만큼 이상의 성과를 내주길 바란다면 그것도 도둑놈 심보가 아닐까?


 


- 비용절감이란 말은 꺼내지 마라.


- CEO는 돈을 벌어오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설사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CEO는 ‘비용절감을 위해’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비용관리는 CEO가 아니라 CFO의 역할이다. 많은 사람들은 비용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야 한다. 회사 직원들이 제 정신만 차리고 있으면 낭비요소는 저절로 줄어든다.


CEO는 비용절감 하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벌어오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직원들은 CEO의 입에서 ‘비용절감’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우리 회사에 문제가 있구나’라고 인식하게 된다. 대신 회사의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CFO로 하여금 일상적으로 집행되는 비용에 대해 주기적으로 매의 눈으로 지켜보도록 해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매년 4월쯤 전년도에 집행된 모든 판매관리비용에 대한 분석이 이뤄진다. 개별 집행의 잘잘못이 아니라 우리 회사 구성원들이 회사 돈을 쓰는데 있어 혹 주의할 만한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척도는 부서별, 용도별 1인당 집행비용을 과거 몇 년간의 평균치와 비교해 보는 것이다. 다행히 염려스런 징후를 이제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었고, 그 결과는 관리파트 이외는 알지 못한다.


 


- 좋은 회사를 만들어라.


- 그리고 좋은 회사를 만들려면 최고를 파트너로 삼아라.


그럼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일까? 배우자를 선택할 때, 겉모습만 보고 선택하지 않듯이 내면과 외면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의미 있는 사업을 하고 있어야 하고, 정직하게 회사를 운영해야 하며, 직원들에게 잘 해주는 회사여야 한다. CEO 자신을 앞세우기 보다 늘 겸손하고 회사를 중심에 두고 경영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다.


좋은 회사를 만들려면 우선 최고의 직원을 채용할 수 있어야 하고, 법무, 노무, 특허, 회계, 세무 등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전문성을 빌려와야 하는 경우, 최고의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 비용이 비싸다고? 또 비용 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


사업 외적인 부분에서 빵꾸가 나면 대형 사고다. 커다란 손실이 생기거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우리는 2010년부터 약 7년간 대기업과 소송을 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패소했다. 그때 최초 생각했었던 법무법인을 선택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법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고 공정해야 하지만 과연 그런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 돈 잘 써라. 회사 돈은 내 돈이 아니다. 직원들에게 모범이 되어라.


- 자칫 잘못하면 직원들은 금방 배운다. CEO의 돈 씀씀이가 회사 구성원들에게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된다.


세상 화근 중에 가장 큰 화근이 돈과 관련된 것이다. 사업의 본질이 돈을 버는 것이기는 하지만 회사와 개인은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내 돈과 회사 돈을 구분하지 못하면 언젠가 큰 사단이 난다.


가장 무서운 것이 직원들이다. 내가 모범이 되지 못하면 회사 직원들도 따라 한다. 둑이 세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힘들고, 수습할 수 없다. 정히 힘들면 급여를 좀 더 가져가라.


 


- 어떤 경우에도 핑계대지 마라.


- 잘못은 쿨하게 인정하라.


회의에 늦게 참석하면서, ‘길이 막혀서’라는 핑계 대는 사람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잘못한 경우에는 그냥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쿨하게 잘못을 시인하라. 나는 무능한 사람도 좋아하지 않지만 무책임한 사람은 질색이다. 거기다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사람은 절대 사절이다. 오히려 자신이 져야 하는 책임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역할을 주고 싶어한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요령이 필요하다. 설사 상대방이 잘못 이해한 경우라도 그 자리에서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히고, 나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잘못을 지적할 때는 의도나 결과보다 행동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잘못된 결정보다, 결정을 내리기 못하고 머뭇거리는 점, 전에 합의한 것을 아무런 양해 없이 뒤집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 말을 아껴라.


- 직원들은 내가 한 말을 너무나 잘 기억한다. 나아가 직원들은 그들이 듣고 싶은 말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 약속하고 싶은 게 있어도 조금 참아라.


 ‘직원들에게 해 주고 싶은 게 있거든 꼭 한번에 한 개씩만 보따리를 풀어라’. 내가 창업 후 CEO를 맡게 되었다고 대기업 다니던 형에게 얘기하니 내게 해준 유일한 조언이었다. 물론 창업 후 첫 번째가 보험가입이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조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월 단위의 전 직원 모임이 있지도 않다. 전체 직원 회의라고는 연초에 있는 경영기획워크샵과, 상반기가 지나고 있는 경영검토워크샵, 2회가 전부다. 물론 송년회나 전사활동과 같은 경우는 제외하고. 경영기획워크샵에서는 전년도 경영실적을 공유하고 회사의 중장기/차기년 목표에 대한 발표가 있고, 당해년도 전략과제와 부서별 성과목표가 공유된다. 하반기를 시작하면서 경영검토워크샵을 통해 상반기 실적을 공유하고 계획된 사업이나 일정들 중에서 변경된 것들을 수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서와 개인의 성과목표도 수정된다.


이런 자리에서 CEO와 부문장이 얘기한 말들을 직원들은 놀랍게도 잘 기억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그런 기억들은 내가 기억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별로 의미를 두지 않고 이야기한 것들이라는 점이다. 같은 얘기라도 듣는 사람의 필요에 따라 놀라운 adaptive 필터링이 이뤄지는데, 많은 경우, 나는 기억을 못하는 내용인 경우가 많다.


직원들에게 해 주고 싶은 게 있어도 미리 약속하지 마라. 언제가 꺼냈을 때, ‘Wow’할 만한 필살기 한 개쯤은 가슴에 묻어두고 꼭 필요할 때 써라.


 


- 뜻 맞는 CEO들끼리의 모임도 필요하다.


- VC들은 우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우리끼리도 VC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 CEO들도 직원들 뒷담화 까면서 스트레스 풀어야 할 때가 필요하다.


 ‘회사의 CEO는 엄청 바쁜 사람인데 이들끼리의 모임이 가당키나 한 얘기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래도 모여야 한다. 생존을 위해서다.


첫 번째 이유는 정보의 공유다. 초기 기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모두들 초보 운전사로서 모르는 길을 떠나는 입장이라는 공감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시각으로 보이지 않는 길도 여러 명이 함께 보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니다 싶은 사람까지 같이 만날 필요는 없다. 두 명으로부터 시작해서 5-6명 정도면 충분하다.


회사를 운영하는 노하우, 원포인트 레슨은 바로 전에 경험해 본 선배 CEO들에게서 받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경영학 구루에게서 조차 배울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전체 시간 중 몇 %만이라도 괜찮은 선배 CEO들을 만나라. 그들은 밥도 사주고 죽어가는 기도 살려준다.


아무리 CEO가 잘 해도 직원들은 CEO 흉보지 않는 경우가 없다. 때로는 CEO들도 끼리끼리 모여서 직원들 흉 좀 보자. 그게 목적은 아니지만 그래서라도 스트레스 풀 자리는 필요하다.


-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접어라. 그래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이건 아닌데’ 싶을 때가 있다. 물론 매번 돌아가라는 얘기는 아니다. 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5년 운영한 회사를 문닫기 보다는 1년 된 회사를 문닫는 게 쉽다. 더불어 외부에서의 시각도 이해해 주려는 쪽이 크다.


회사를 설립하는 단계에서 여러 가지 고민하고 충분히 준비되어야 한다. 혹 잘못된 출발이라 싶으면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나도 몇 번이나 회사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주저 없이 다시 시작할 거다. 늦으면 그것도 여의치 않다. 하나의 법인을 청산하는 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윤이 나지 않을 때가 그나마 청산과 재 창업이 용이하다.


 


[박성동의 창업경험담을 마무리하면서...]


한편으로 부끄러운 내용들이란 걸 알면서도 제가 사는 이 곳 대덕연구단지에서 더 나은 기술기반 창업이 다시 불 붙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그간 다이어리에 끄적거려 둔 내용들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창업. 힘든 여정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공부할 만큼 공부한 공돌이들이 정해진 규칙과 매달 나오는 (안정적인) 급여에 의존하는 것만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창업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되며 성공된 창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히 충분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셔야 합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이지만 사업자등록증을 걸고 나면 늘어나는 것은 비용 뿐입니다.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XXX들이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동료를 모우고, 창업 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선배 창업자들과 상의한 다음, 그리고 충분히 확신이 든 상태에서 창업하십시오. 물론 이게 정답은 아닐겁니다. 그러고도 성공하기는 참으로 힘듭니다.


지난 열흘 남짓, 저도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성원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박성동 드림


 


* 박성동 의장은 


국내 유일의 인공위성시스템인 쎄트렉아이의 창업자로 KAIST 통합 전 학부과정이었던 한국과학기술대학 86학번 출신이다.
쎄트렉아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 위성 개발팀인 KAIST 연구진들이 모여 2000년 1월 창업했고 2008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위성영상을 판매하는 SIIS, 방사선감시기를 개발하는 SID, 위성영상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하는 SIA라는 3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박 의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업경험담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그동안 끄적그려 놓았던 것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조금이나마 될 수 있다면 그 나름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주저하다 적는 글"이라며 "각각의 주제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각자의 의견과 경험을 덧붙혀 주시면 새로 창업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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