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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전
- 창업토크
요즘 TV나 유튜브를 보다보면 성공한 창업가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목표를 갖고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무용담을 전해 들을 때면 저 또한 창업에 대한 불씨를 다시금 불태우곤 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임에도 오히려 창업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소개를 잠깐 드리자면, 저는 대전에서 ‘㈜터치스톤’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조영근입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재활보조 공학기기를 개발해 일상에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10명 남짓 직원을 이끄는 기업의 대표로 일하고 있지만 저도 처음에는 작은 사무실에서 외롭게 출발했었습니다.
저 역시 혼자 창업을 시작했기에 예비창업가, 초기창업가 분들이 지금 얼마나 힘드신 지 잘 알아요. 그런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제 창업스토리를 들려드릴까 하는데요. 직접 창업하면서 겪은 점, 깨우친 점들을 위주로 이야기 드릴 예정이니 재미있게 봐주시고 부디 도움되시길 바래요.
by 조영근 (주)터치스톤 대표
▲조영근 (주)터치스톤 대표
1. 창업이요? 저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창업을 준비 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창업하게 되셨나요?"
거창한 대답을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텐데요. 뭐랄까, 저 역시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취업을 준비하다 창업을 꿈꾸게 됐던 것 같습니다. 왜 있잖아요. ‘나도 언젠간 사장님이 돼야지’ 하는 그런거요. 하하.
제가 졸업할 무렵인 2000년대 초반은 헬스케어, IT가 사회적으로 알아주는 산업이었습니다. 당시 창업에 푹 빠져있던 저는 이런 유망분야를 접목해 소위 ‘나만의 사업’을 펼칠 궁리로 하루하루를 보내곤 했었는데요. 돌이켜보니 사회라는 큰 무대에서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었던 것 같아요.
2. 패기 넘쳤던 20대,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어요
창업만 바라본 채 20대의 패기를 불사질렀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왜냐고요? 창업을 하려면 ‘아이템’이 있어야 하는데, 갓 졸업한 제겐 달랑 학교에서 배운 전공지식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를 짜내도 돌아오는 건 이미 시장에 출시된 아이템들 뿐이었죠. 목표도, 기술도 없었어요.
한 마디로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일단 관련 업계에서 일을 배워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취직한 회사는 바로 제약회사.
제약회사에 다니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제약회사 직원들은 업무상 병원에 갈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오고가며 환자들과도 자주 마주하게 되는데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진료 받으러 오는 사람, 수술이 필요한 사람 등 많은 환자들을 봤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 눈에 조금 특별한 환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바로 장애를 앓는 사람들. 아니나 다를까 장애환자들에 대한 제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습니다.
“저 사람은 어떻게 장애를 갖게 됐을까?”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3. 이거 내가 한 번 도전 해 봐도 되지 않을까?
얼마나 걸렸을까요? 저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하나 둘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는데요. 바로 청각분야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다소 미흡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컨대 안경, 블루라이트, 화면확대 기술, 안내견, 지팡이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구 및 제도들은 상당 수준 개발되고 지원되고 있지만 청각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건 보청기와 인공와우, 수화 정도에 불과했죠. 문제를 해결해 줄 기업도 전무했습니다.
이 사실을 지켜보며 문득 ‘이거 내가 한 번 도전 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날 이후 제 머릿 속에는 ‘청각장애’라는 단어가 맴돌며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업 타당성까지 꼼꼼히 따져볼 정도로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창업을 준비하게 됐던 것 같아요.
4. 소비자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내놓으면 망해요
‘청각장애’에서 영감을 얻어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미개척 시장을 발굴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제겐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창업아이템을 정하는 일었는데요. 아무리 좋은 시장이라도 소비자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내놓으면 그 사업은 망한 사업이 됩니다. 그만큼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죠.
저는 해외사례를 찾아보며 청각장애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 지, 또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지 물심양면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텔레코일 시스템’이란 해답에 이르게 되는데요. 설명 드리기에 앞서 잠깐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청각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5. 선진국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이 것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 혹은 ‘청력이 약해 듣기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 정도로 알고 계신 분이 많으실 텐데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들에겐 보다 복합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청력이 나쁜 A씨를 예로 들어 보죠.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들은 보통 보청기 혹은 인공와우라 불리는 재활보조 공학기기를 착용하게 됩니다. 소위 dB이라고 부르는, 음량을 키워 소리가 잘 들리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죠. 그냥 들었을 때 별 문제 없어보이지만 이 기기들은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모든 소리를 동일하게 높여준다는 것인데요. 이 사실을 전제로 보청기를 낀 A씨가 기차표를 발권하러 매표소에 갔을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요? A씨는 역무원의 말만 주위 깊게 들으려고 노력하겠지만 아마 보청기는 주위 사람들의 말소리까지 동시에 키워줄겁니다.
다시 말해 보청기, 인공와우를 착용한 사람은 소음이 많은 곳에서 필요한 소리만 골라 듣기 어렵다는 말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장한 게 바로 텔레코일 시스템인데요.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텔레코일 시스템 작동원리
*텔레코일(Telecoil) : 동전보다 작은 구리코일. 보청기가 막 개발되어 보급된 1940년대, 보청기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전화통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개발된 장치. 특정 무선 주파수 신호를 송신하는 역할을 한다.
즉, 특수 제작된 앰프가 강연자가 말소리를 자기장 신호로 변환하고, 강연장 안에 설치된 유도선이 자기장 신호를 청취자의 보청기로 전달해주는 일련의 장치를 텔레코일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복지가 잘 되어 있는 선진국에는 이미 공연장, 강연장 등에 다수 설치가 되어 있는데요.
애석히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게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이걸 만들려는 기업조차 없었죠. 이 기술을 국산화 해낸다면 수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막연하지만 확신이 있었죠. 그길로 텔레코일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총력을 다 했던 것 같습니다.
▶㈜터치스톤은 어떤 회사?
-설립일 : 2013년
-대표 : 조영근
-사업분야 : 청각장애인을 위한 재활보조 공학기기 제조
-주력제품 : 텔레코일 시스템, 메세지스톤
-주요이력 : 2016년 맞춤형 청년창업 생태계 조성사업 최우수, 2018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보조공학 기기 등록
-홈페이지 : https://www.touchstone.co.kr/
*위 내용은 조영근 ㈜터치스톤 대표님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표님 시점에서 재구성해 작성되었습니다.
*조영근 (주)터치스톤 대표님의 창업리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