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전창업온라인 매니저
- 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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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라고 하면 기존 요리에 약간의 양념을 가미해 맛을 더 좋게 하는 것이 아니다. 냄비 안에 있는 모든 재료를 버리고 완전히 처음 부터 새로운 요리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니 냄비까지 버리고 새로운 조리도구로 요리를 시작한다는 것이 더 맞겠다.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은 모든 산업이 기존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하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혁명을 이끄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해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경 구절에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라는 말이 있듯 모든 신기술은 과거의 것들에 영감을 받거나 조합·해체를 통해 탄생한다. 유통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하이마트는 옴니채널(Omni Channel) 서비스에 집중했다. 옴니채널이란 모바일·인터넷·오프라인 매장 등 여러 유통채널을 유기적으로 연동해 시너지를 내는 서비스다. 그중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구매 서비스 ‘스마트픽’ 서비스가 주목받았다. 간단히 설명하면 온라인 쇼핑몰 ‘하이마트쇼핑몰(www.e-himart.co.kr)’에서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고 매장(지점)에 직접 찾아가서 물건을 받아오는 방식이다. 물론 미리 방문 예정일과 원하는 지점을 설정해야 하고 확인 문자를 받은 후 제품 수령을 해야 한다. 스마트픽의 장점은 온라인 구매 후 택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매장에서 바로 받을 수 있는 점이다. 그 밖에도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의 상세한 사용법을 매장 상담원으로부터 직접 설명 들을 수도 있고, 온라인 쇼핑몰의 할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 간단한 아이디어의 서비스는 유통 시장의 혁신을 가져온다. 서비스를 확대할수록 매장에 전시되는 제품은 적어지고 상담을 위한 직원은 최소화된다. 당연히 매장 운영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고 이는 곧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
그럼 ‘스마트픽’은 어떤 서비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일까? 곧바로 ‘아고스(Argos)’라는 영국 회사가 생각난다. 아고스는 1973년 창립된 영국과 아일랜드에 있는 유통 회사로 800개가 넘는 점포를 가지고 있는 영국 최대 상품 소매 판매점이다. 런던 시내 어느 동네에나 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판매점에서는 우리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을 다 판다. 무려 4만 8000여 종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판매하는 제품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고스의 특징은 매장에 전시된 제품이 아주 적다는 점이다. 대신 매장 곳곳에 카탈로그가 쌓여 있고, 이 안에 4만 8000여 종의 상품을 사진과 가격, 제품의 대략적인 정보 등이 담겨있다. 노란색 전화번호부만큼 두꺼운 카탈로그는 매장 안에는 물론 밖에도 수북하게 쌓여 있다.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 컴퓨터 마우스를 하나 산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매장에 방문해 카탈로그를 집어 들고 컴퓨터용품 코너를 찾는다. 마우스가 있는 페이지에서 꼼꼼하게 가격, 디자인, 성능 등을 확인하고 구매할 제품을 결정한다. 맘에 드는 상품이 정해졌으면 제품번호를 카탈로그 옆에 있는 컴퓨터에 입력하면 매장 내에 해당 상품의 재고가 남아 있는지 알려 준다. ‘매장 내에 제품 있음’이라는 메시지가 뜨면 주문서에 상품명과 제품번호를 적어 계산대에 제출하고 값을 치르면 된다. 잠시 후에 직원이 주문한 제품을 들고나오면 영수증을 보여주고 상품을 받으면 끝이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다소 번거롭다 여길 수 있겠지만 배송기간을 기다리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발달한 21세기에서 매장에서 카탈로그를 찾아 주문한 후 5분, 10분을 기다리는 것은 구시대적인 쇼핑방법이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바로 ‘클릭 앤 콜렉트 서비스(Click and Collect)’다. 2012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이 서비스는 아고스의 판매 시스템과 온라인 쇼핑의 장점을 합했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면, 집에서 배송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스토어에 가서 찾아온다. 롯데하이마트의 ‘스마트픽’ 서비스도 ‘클릭 앤 콜렉트 서비스’ 중 하나다. 영국 내에서는 이미 셀프리지(Selfridge), 존루이스(John Lewis),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 & Mason) 등의 백화점 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 매출이 크게 향상했다고 발표했다. 백화점의 사례가 오프라인 상점이 온라인에 진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반대의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베이(eBay)도 아고스와 손을 잡았다. 2013년 9월 이베이 판매자 50명이 150개 아고스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일부 제품을 제공한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아고스를 이용하는 이베이 판매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고무된 타냐 롤러(Tanya Lawler) 이베이 영국 부사장은 “유통은 변했고 구매자의 주도권이 전에 없이 커졌다”라면서 “구매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쇼핑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면서 클릭 앤 콜렉트 서비스가 온라인 유통의 미래라고 극찬했다.
롯데하이마트는 롯데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옴니채널 전략의 일환으로 스마트픽 서비스 외에 ‘비콘 서비스’와 ‘옴니 세일즈’도 시행하고 있다. 비콘 서비스는 하이마트 월드타워점, 대치점, 송파롯데마트점에서 업계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가진 고객이 매장에 들어가거나 인근을 지날 때 할인 쿠폰이나 이벤트 정보 등을 자동 전송해 주는 서비스다. 옴니 세일즈는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품절 등의 이유로 구매하지 못할 경우 매장에 비치된 태블릿PC를 이용해 온라인 쇼핑몰의 알맞은 상품을 찾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옴니채널과 같은 새로운 쇼핑 서비스가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당장 혁명이라고 불릴만한 쇼핑 형태가 탄생할 것 같지는 않다.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서비스는 꾸준히 개발되고 등장한다. 온·오프라인에만 국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구매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은 앞으로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다만 혁명과 혁신은 새로운 기술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