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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창업온라인 매니저
박성동의 창경 #16. 투자유치는 회사 상황이 가장 좋을 때 받아라


- 외부투자유치는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다.


- 상장하기로 결정하고 외부투자를 받는 거라면 VC들이 서로 투자하고 싶을 때 받아야 한다.


회사가 상황이 좋을 때는 투자를 받는데 별 관심이 없다. 어쩌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의 자금사정은 도박장에서 도박하는 플레이어의 주머니와 같다. 때로는 재무제표나 손익계산서 상의 매출이나 수익의 증가와는 상관없이 통장의 잔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 수도 있다. 물건은 팔았는데 대금지급이 늦어지거나 악성채무가 발생해서 아예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CEO는 매출과 손익에 앞서 회사의 현금흐름에 더 민감하여야 한다.


어차피 창업을 하고 나면 최초의 창업팀만으로 끝까지 갈 수는 없다. 설립자본과 운영수익으로 정상적인 운영과 성장이 가능하다면야 필요가 없겠지만(사실 꼭 그렇지 만도 않다) 그렇지 않다면 추가적인 자금조달과 신규인력 채용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얻어야 한다. 창업 이후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성장의 단계가 있고 그 단계별로 투자유치를 해야 한다. 투자유치 시점에 자금사정이 나쁘면 많은 지분을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상황이 가장 좋을 때, 충분한 여유를 갖고 투자유치를 결정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50억원 자금을 유치함에 있어 현재 회사의 가치가 50억원이라면 50%의 지분을 투자자에게 주어야 한다(상상도 할 수 없는 가정이라 생각할 것이다). 처음 부터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는 게 능사가 아닌 이유다. 이런 이유 때문에 창업 직후 5~1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트업의 경우라면 오늘 당장 1억원의 투자를 받기 위해 10~20%의 지분을 투자자에게 주어야 한다. 준비된 창업이 필요한 까닭이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회사의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자금수요를 적절하게 예측하고 단계별로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그런데 자본시장은 대부분의 경우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이 창업기업에 불리한 면이 많다. 우선 창업자는 자본시장에 대해 너무 모르는 반면 투자자는 선수다. 괜찮은 회사에 대한 정보는 투자자들끼리 공유되는 반면 창업 CEO는 투자자에 대해 잘 모를뿐더러 그런 정보를 공유할 기회도 없다. 내가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과 선배 창업가와의 만남을 미리부터 가지라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우리는 회사설립 첫해부터 적잖은 수익을 꾸준히 냈고, IPO는 꿈도 꾸지 않았다. 우리끼리 그냥 자그마한 규모로 적당히 우리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시작했다. 그러던 중 회사는 예기치 않았던 기술적인 문제로 프로젝트의 지연이 발생하였고, 자칫하면 자금사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위기를 경험하였다. 다행히 회사설립 초기부터 우리회사에 투자를 희망한 벤처캐피털이 있었고 담당 심사역은 우리의 모든 요구조건을 다 수용해 주었다. 결과적으로 그 VC는 IPO 직후 760%의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우리 회사의 입장에서는 1년만 일찍 투자유치에 대해 좀더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더라면 회사에 좀더 이익이 될 수 있는 조건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스타트업 창업 직후 회사의 가치 산정은 참 애매하다. 얼마의 가치로 투자를 받아야(해야) 하는지, 정답이 없다. 회사의 가치를 산정하는 통상적인 방법은 순자산가치에 따른 방법, 미래가치를 현재로 환산하는 방법, 유사기업과의 비교에 의한 방법 등이 있다. 투자를 받게 되면 투자심사역은 투심위에 올리는 문건에 세가지 방법 또는 그 중에 한가지 방법으로 투자가치의 적정성을 기안해서 올리게 된다. 그런데 창업한지 1년도 안 되는 회사, 아무런 매출도 없는 회사의 경우라면 아무리 창업팀이 얼마의 가치를 주장하더라도 그 합리성을 인정하기(받기) 힘든 법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초기창업 기업의 경우, 창업팀 구성원을 기준으로 박사학위 한 명당 10만불로 따진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창업멤버 중에 MBA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10만불을 감한다 (초기기업은 MBA가 필요 없거나 괜한 짓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창업멤버, 그 중에서도 CEO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업 아이템은 바뀔 수 있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동일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능력 있는 팀이 창업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그때가 투자자는 가장 매력적인 대상으로 본다. 투자자는 저렴한 가치로 투자가 가능하고 구체적인 사업 방향에 대해서도 다소 유연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CEO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에 투자계약서와 관련된 내용이 없다는 점은 참 아쉽게 생각한다. 나도 두 번의 CEO를 위한 창업교육에 참여해 본적이 있다.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으로부터 5년 전쯤 일이다. 도대체 뭘 배우는지 직접 체험해 보고 싶어서였는데, 강사의 무성의와 강의내용의 부실함은 차치하고 정작 필요한 투자계약서 작성이나 조항별 의미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투자를 받아본 선배 CEO랑 상의하는 것이다. 비밀유지각서의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믿을 만한 선배 CEO랑 꼭 상의해라. 투자자는 선수다. 그들은 일년에 수십 개의 회사에 투자하고 별 희한한 CEO들도 상대해 본 전문가다. 무대뽀 CEO를 상대하는 다양한 무기들(독소 계약 조항)을 갖고 있다. 주당가치가 액면가에 몇 배라는 것이나 회사의 가치를 몇 백억으로 받았다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 CEO에게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지출은 두 배 많이, 수입은 두 배 늦게’. 본인이 예상하는 것보다 결과는 두 배 늦게 나오고 그 동안 지출은 예상한 비용보다 더 많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이미 창업한 분들은 무슨 의미인지 공감할 것이다.


명심해라 구좌에 돈이 꽂히기 전까지는 매출도 수익도 아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보다 중요한 것은 현금흐름이다. 회사는 달리 망하지 않는다. 회사 통장에 돈이 마르면 회사는 망한 것이다. 흑자도산도 한 예다.


 


*** 중요한 내용을 한가지 빠뜨렸네요. 여러분의 회사가 최고라면 최고의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으셔야 합니다. 첫 투자자가 누구냐는 것은 후속투자 유치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업을 이해할 수 있고, 여러분의 부족한 면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투자자를 찾아야 합니다. Valuation은 그 다음으로 중요합니다.


누가 가장 최고의 투자자인지는 분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또한 선배 CEO들에게 물어 보는 게 좋습니다.


첫 투자자가 재무적인 이득만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라면 후속 투자도 힘들 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입장을 잘 이해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후의 삶이 고난의 연속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꼭 명심하십시오. 우리가 최고의 회사를 만들려면 최고의 파트너(투자자 포함)와 편을 먹어야 합니다.


 


* 박성동 의장은 


국내 유일의 인공위성시스템인 쎄트렉아이의 창업자로 KAIST 통합 전 학부과정이었던 한국과학기술대학 86학번 출신이다.
쎄트렉아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 위성 개발팀인 KAIST 연구진들이 모여 2000년 1월 창업했고 2008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위성영상을 판매하는 SIIS, 방사선감시기를 개발하는 SID, 위성영상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하는 SIA라는 3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박 의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업경험담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그동안 끄적그려 놓았던 것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조금이나마 될 수 있다면 그 나름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주저하다 적는 글"이라며 "각각의 주제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각자의 의견과 경험을 덧붙혀 주시면 새로 창업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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