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st0{fill:#EC483B;}
  • 김상현

인간의 뇌에 컴퓨터를 연결하는 BMI 기술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 ‘가이낙스’에서 1995년 제작한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는 가상의 미래에 지구를 습격하는 정체 불명의 존재와 싸우는 거대 병기 로봇이 등장한다. 작품 속에서 직접 "사람이 만들어낸 궁극의 범용 인간형 결전 병기, 인조인간 에반게리온이야."라고 소개하는 이 기체는 사람이 직접 탑승해 조종하는 인간 형상의 전고 약 80m의 거대 인조인간. 이 거대 병기가 재미있는 점은 바로 조종사와 신경을 연결한다는 점이다. 


파일럿은 A10 신경을 통해 에반게리온과 연결한다. 파일럿과 기체간의 싱크로율에 따라 능력치가 결정된다는 아이디어였다. A10 신경은 실제 사람의 두뇌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 때문에 쾌감과 각성을 일으키는 신경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사고나 행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쾌감이 바로 이 A10 신경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에반게리온이 파일럿의 정신 상태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표현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조종사와 신경을 연결해서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설정은 이미 1984년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로보트 태권V - 84 태권브이'가 먼저 사용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태권브이는 태권도 유단자인 훈이의 정신과 연결해서 그의 태권도 실력을 그대로 따라한다. 항상 논란이 되는 마징가 Z와 태권브이의 표절 논란 속에도 이 시스템은 만큼은 독창적인 것으로 자유롭다. 당시까지 일본 로봇 중에 태권브이 같은 시스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무튼 이런식으로 뇌와 기계를 직접 연결해서 직접 조작하는 방식을 뇌-기계 인터페이스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나 정신-기계 인터페이스라고도 부른다. 


 


Brain Computer Interface / g-tech medical engineering


 


이 시스템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테슬라 창업자이자 괴짜 천재인 일론 머스크의 공이 크다. 일론 머스크는 2016년 뉴럴링크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일론 머스크가 원숭이 뇌에 무선 칩을 이식하고 비디오 게임을 하는 모습을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일론 머스크가 최근 오디오 기반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 채팅창에서 수천 명의 청취자에게 이런 계획을 깜짝 공개하고 한 달 내 컴퓨터와 연결된 뇌를 가진 원숭이 영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는 “우리는 원숭이의 두개골에 무선장치를 이식했다”며 “이 원숭이는 생각으로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숭이 뇌에 이식된 임플란트는 보이지 않으며 원숭이는 행복하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 사육시설을 가지고 있고 원숭이들이 '마인트 퐁'을 하기 원한다”고 했다. 실제 일론 머스크는 4월 원숭이 뇌에 컴퓨터 칩을 심어 생각만으로 비디오게임을 하는 실험 영상을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새로운 기술이 뇌와 척추 부상을 해결하고 뇌에 이식된 칩으로 사람들의 잃어버린 뇌 기능을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17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뉴럴링크의 존재를 처음 공개하면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인간의 두뇌 능력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고 2개월간 생활한 돼지 ‘거투르드’를 유튜브 생중계로 공개해서 이슈였다. 거투르드의 뇌 속에는 ‘링크 0.9’라는 뉴럴링크가 새로 개발한 칩이 심어졌다. 


이렇게 사람 뇌와 비슷한 크기의 돼지에 이어 그보다 작은 원숭이 뇌에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하면서 뉴럴링크가 목표로 하는 사람 뇌 속 칩 이식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럴링크는 칩 이식을 라식 수술만큼 간단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 뇌에 무선 칩을 심겠다는 머스크 계획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머스크는 2019년 7월 기자회견에서 동물 실험 이후 2020년쯤 인체 임상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뇌를 컴퓨터에 연결하는 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 이미 1960년대 초 인간 뇌로부터 발산하는 전기적 신호를 인지처리에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다. 논문을 발표한 리클라이너는 ‘인간-컴퓨터 공생’라는 주제의 노문에서 “머지않아 인간 두뇌와 컴퓨터 장치가 아주 강력하게 결합할 것”이라며 “그 결과 나타나는 협력관계는 인간이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할 것이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처리 장치들에 의해 접근할 수 없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에도 꾸준하게 관련 연구가 진행돼 왔었는데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최근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의료계에선 뇌에 전극을 심어 사지마비 환자가 로봇을 장착하고 걷게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프랑스의 한 대학 연구팀은 2019년 사지마비 판정을 받은 청년의 뇌 속에 2개의 칩을 심어 뇌 신호만으로 외골격로봇을 조종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세계적 혁신의 아이콘인 마이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도 2017년 일론 머스크와 같은 시점에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야심 찬 도전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1998년 ‘뇌연구촉진법’을 재정하고 한국뇌연구원을 비롯해 KAIST, 가천의과대학, 한양대, 고려대 등 많은 대학에서 BMI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매우 늦은 국가영장류센터 도입시기(2005년), 종합 연구 기관의 늦은 설립(2012년) 등 뇌과학 분야의 뒤늦은 출발로 선진국과 상당한 기술 격차가 벌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뇌연구원에서 뇌의 알파파와 베타파의 변화를 감지해서 드론을 조정하는 ‘뇌파 드론’을 개발하는 등 특유의 따라잡기 능력으로 열심히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뇌 #컴퓨터 #BMI #일런머스크 #기술창업
목록으로
위로가기TOP